온·오프라인 식자재 플랫폼 ‘미스터아빠’ 서준렬 대표
"소농인과 소상공인 연결,

모두가 어렵다고 했지만

수익나는 모델 만들었죠."



미스터아빠가 운영하는 거제로컬마켓 '거제상점'

  • 소농인과 소상공인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모델’ 
  • 고정비 최소화해 설립 3년 만에 흑자 전환 
  • 온-오프 농식품 종합 유통기업으로 성장 




'미스터아빠'의 사업모델은 온·오프라인 식자재 플랫폼입니다. 2019년 뒤늦게 이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2년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요. 얼마 전 시리즈A 브릿지 펀딩의 60억 원 투자유치도 오버부킹(투자금액을 초과)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중입니다. 국내 내로라 하는 식품 대기업들을 포함해 이미 많은 주자들이 진출해 있는 온라인 식자재 플랫폼 시장에서 미스터아빠는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고공성장을 하며, 동시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까요.

자료 : 미스터아빠


미스터아빠 서준렬 대표는 전통 유통기업인 GS리테일 출신의 유통맨입니다. 베스트셀러 저자, TV 프로그램 '판타스틱듀오'와' '세바시' 출연자, 학교 이사장이라는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죠. 

정형화된 커리어의 범주를 벗어난 그는 모두가 어렵고 안될 거라며 만류한 소농인들과 중소상공인들 손을 잡고 식자재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광화문에 위치한 미스터아빠 서울사무소에서 서준렬 대표와 만나 자세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서준렬 대표는

2005년 LG유통(현 GS리테일) 공채로 입사해 GS리테일 '온라인 신선마켓’ 사업기획, 신선식품 MD, 온라인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2020년 6월 온오프라인 식자재플랫폼 (주)미스터아빠를 설립했습니다. 


Q1. 사업모델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스터아빠는 '소농인'과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우리나라 100만 농가 중 소농인 비중은 73%에 이릅니다. 이들의 판로가 보장되고 안정적인 농작이 가능해야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도 지속가능하죠. 그런데 이들 소농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파는 일이예요. 생산은 전문적으로 잘 하시지만, 포장, 물류에 약하고, 특히 디지털 쪽은 경험이 없고 제대로 교육받은 적도 없어서 온라인 채널을 만들어 직접 판매를 시도하셨다가 운영 미숙으로 접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픈마켓 입점 역시 정산 구조와 광고비 지출 등 자금 여력이 없는 소농인들에게는 장벽이 존재하죠. 

어떻게 하면 소농인들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명확한 수요가 있는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요. 지역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누구일까 생각해보니, 그 지역의 슈퍼마켓 경영주들이었어요. 지역의 소농인들이 고령화가 되듯이 소상공인들도 고령화되고 있었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며 지역의 소상공인 분들을 여럿 만나 뵈었는데, 그분들도 젊었을 때는 도매시장에 직접 가서 매장에 팔 물건들을 떼 오셨대요.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니 갈수록 신선식품 취급량을 줄이고, 주류나 담배 매출에 의존하게 된 것이죠. 그러는 사이 많은 고객들이 편의점으로 옮겨갔고요. 

하지만, 제가 그동안 해외 유통시장을 견학하면서 깨달은 것은 온라인 채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슈퍼마켓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은 결국 신선식품이라는 점이에요. 지역에서 생산하는 소농인들의 농작물을 신선하게 공급한다면 개인 슈퍼마켓 점주들에게 잃었던 상품 경쟁력을 되찾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분석을 해보니 소상공인 시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슈퍼마켓 전체 시장규모가 약 65조 원인데 이 중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시장은 5조 원 내외예요. 나머지는 모두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들이죠. 대기업 영역을 제외한 식자재 시장도 약 50조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합치면 110조 원이 넘어요. 이 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확신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그림 1 : 미스터아빠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하이퍼 - 로컬리즘으로 
신선도와 가격 모두 잡다



 
Q2.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이미 많은데 미스터아빠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신선도와 가격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이유는 '로컬 생산', '로컬 소비'라는 '로컬리즘' 모델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농작물은 수확하자마자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판매하는 것이 중요해요. 수확 후 1~2일이 최고의 신선도와 수요가 만나는 지점이어서 그 안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달리 물류망도 없는 미스터아빠가 이것이 가능한 것은 하이퍼-로컬, 즉 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판매하는 '초 지역형'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경매시장이나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지역 내 수요자에게 바로 전달하는 '숏컷(Short Cut)', 즉 '지름길 전략'을 세운 거죠. 지역 내 소상공인이라는 명확한 수요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습니다. 실제 지역 농가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했더니 농작물 이동 시간이 50%나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리고 그러한 수요를 판로로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신선식품은 워낙 가격 민감도가 큰 품목입니다. 특히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은 채소 하나의 가격이 5%만 올라도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요. 이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가격 변동없이 안정적으로 식자재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공급처였고, 미스터아빠는 명확한 고객, 일정한 발주량, 물류비 변동성 제거로 그걸 가능케 했어요. 

또한 수확한 농산물의 빠른 가공처리를 위해 전국 주요 생산지 인근에 소분센터와 물류거점을 하는 APC 31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100개소로 늘릴 계획이에요. 덧붙이자면 회사 조직 내에 LG유통, GS리테일, 롯데슈퍼, 롯데마트, 마켓컬리 등 유통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 점도 미스터아빠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농협이 큰 우산 역할을 하고, 민간 전문가들 주도의 농업 혁신 스타트업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스터아빠는 오프라인 거점과 상품구색을 함께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Q3. 구체적인 수익모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첫 번째 수익모델은 앞에서 말씀드린 지역 농산물을 소싱해 규격화, 소분포장, 임가공 처리 등 상품화 작업을 거쳐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자재마트, 식당이나 레스토랑에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식품관의 농산물 코너를 미스터아빠가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 사업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 수익모델은 가공식품 제조판매입니다. 지역 슈퍼마켓에 신선식품을 공급하다 보니 원물 외에도 이들이 필요로 하고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는 상품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2022년 농산물 제조가공 전문 농업법인인 데이웰즈 농업법인을 인수하고, 말린 고구마나 과일 주스, 소스류, 밀키트, 간편조리식 등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수익모델은 디지털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소상공인 대부분 고령이시다 보니 주문을 전화나 문자로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 때문에 발주 오류나 미수금 문제가 자주 발생했죠. 그래서 카카오톡 수준의 이용 편의성을 갖춘 ERP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공급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농협과 함께 우리 농산물을 해외로 수출하는 일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약 20억 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Q4. 거래 농가 수가 많은 만큼 균등한 품질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품질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농가의 73%가 소농이예요. 재미있는 사실은 소농 경우 대부분 집성촌처럼 군집을 이루고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특정 작물이 유명한 산지를 잘 찾아 거래하면 물량 면에서 안정적인 소싱이 가능하죠. 
품질의 경우 철저한 필터링을 거칩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단계별 친환경 농산물 인증 및 GAP 인증 등 농산물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어요. 이렇게 정부가 인증한 농가들 중 적합한 곳을 선정해 미스터아빠 슈퍼바이저들이 직접 찾아가 실사를 하는 2차 검증을 거칩니다. 전문기관에 잔류농약 검사도 실시하죠. 
이렇게 품질과 생산력 등이 검증된 농가만 ERP 시스템에 등록되고, 특정 품목별로 비딩을 통해 구매하게 됩니다. 또한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품질 등 이슈가 네 번 이상 발생할 경우에는 후순위 업체로 거래가 넘어가기 때문에 농가들이 품질관리에 소홀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IT에 서툰 고령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ERP 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개념 차용, 
물류비 절감



Q 5. 이익내기 쉽지 않은 신선식품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모델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신선식품 플랫폼 모델에서 초기 투자비가 가장 많이 투입되는 영역이 물류입니다. 이 부분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스타트업이 고정자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따릅니다. 자본지출을 위해 투자를 받다 보면 결국 판매가는 상승하게 되면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죠. 
미스터아빠는 이미 지역에 구축돼 있는 농업법인이나 도매시장 인근의 공간, APC(농산물 유통센터)들의 공간과 시설, 인력을 활용합니다. 일종의 공유경제 개념이죠. 대부분 농협이나 농업법인이 운영하는 공간에는 농산물 가공을 위한 시설과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요. APC 입장에서도 기존 시설과 유휴공간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이 윈윈하는 협업모델이죠. 


Q6.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저는 오프라인의 중요성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이나 식당 경영주분들을 거래처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오랜 기간 거래하던 곳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실체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코로나 기간 폐점한 매장들 위주로 직영점과 가맹점들을 늘려갔어요. 매장면적은 10평대부터 2천 평까지 다양합니다. 매장을 방문하면 미스터아빠가 취급하는 상품과 공간 포맷을 확인할 수 있죠. 이 부분이 다른 온라인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점이에요. 저는 오프라인 매장이 전달하는 시각적 홍보효과가 매우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광고비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는 데 투자합니다. 
현재 전국에 30여 개 매장을 직영 및 가맹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농협이나 롯데백화점 등 위탁운영도 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경우 부산, 창원, 마산 식품관 농산 코너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스터아빠 대구신서점을 방문하는 고객들 모습


Q7. 이동상점 사업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인구소멸 지역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우리보다 10년 앞서 인구소멸 문제를 겪은 일본 사례를 보면 약국과 슈퍼마켓이 가장 먼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쇼핑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죠. 
미스터아빠의 '이동상점'은 이렇게 인구감소로 쇼핑시설들이 사라지면서 기본적인 식자재와 생필품 구매조차 불편을 겪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소매모델입니다. 차량 내부에 냉장시설을 갖춰 신선식품 선도를 관리하고, 미스터아빠의 PB 상품들도 함께 판매할 예정입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미스터아빠의 판로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판매뿐 아니라 지역의 고령층 고객들의 건강도 살피고, 필요하신 물품을 대신 구매도 해드리는 선한 채널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일본 경우 이미 이러한 이동상점 1천여 대가 유통시설이 취약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민들의 쇼핑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동상점은 GS리테일에서 인연을 맺은 송재필 부사장님이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차량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도 함께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거든요. 현재 사업모델 특허와 국토부 영업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미스터아빠는 인구소멸로 쇼핑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콜드체인 시설을 갖춘 이동상점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Q8. 유통업체에 근무한 이력이 현재 사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2005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 입사했어요. 기왕 유통업체에 들어왔으니 제대로 유통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슈퍼마켓 매장 근무를 자원했었죠. 그런데 인사팀 담당자가 정말 매장 근무를 원하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대졸 출신이 슈퍼마켓 현장에 자원해 가는 경우가 전무했던 거예요. 매장에 가면 매일 칼질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그런 거 하려고 입사했다'고 답하고는 매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정말 일주일 내내 축산코너에서 닭만 치는 거예요. 칼 잡는 법부터 배워서 일을 해 나갔는데 닭을 치면 그 안에 내장이나 부산물들이 나오잖아요. 아무리 옷을 빨아도 몸에서 비린내가 가시질 않았어요. 

중간에 그만 둘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기면서 계속 매장 근무를 하다가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던 계기가 찾아왔어요. 2005년, 근무했던 지점 옆에 경쟁점이 새로 오픈하면서 매출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매출을 올려볼까 고민하다가 경매 이벤트를 생각했죠. 다이소에 가서 삐에로 복장을 구입해 입고 매주 토요일 5시에 '경매박사 서박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경매행사를 열었어요. 5만 원짜리 쌀도 500원부터 경매를 붙이기 시작했죠.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올랐고, 운 좋게 한 매체에 실렸는데 그 기사를 보신 사업부 대표님이 저를 본사로 부르셨어요. 당시 전사 차원에서 회사의 경영혁신 활동들을 좀더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핵심역량 차별화팀이라는 TF팀이 만들어졌는데 그 팀에 소속돼 근무하게 됐죠. 당시 사전마케팅이 중요한 키워드였는데 펀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인정받으면서 본사의 최연소 파트리더가 됐어요. 그 후 온라인플랫폼 개발 총괄 TF 팀장 역할과 농산물 MD 역할도 수행했고, 그렇게 근무연수 12년을 채우고 퇴사했어요. 현재 농산물과 슈퍼마켓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데에는 당시 유통현장에서 배운 경험들이 큰 자산이 됐어요. 뿐만 아니라, 지금 미스터아빠에서 함께 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 유통업계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이 많습니다.

미스터아빠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농식품창업콘테스트에서 농업 혁신성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미스터아빠 해외사업부 박해운 과장, 서준렬 대표, 송재필 부사장



Q9. 마지막으로 유통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모두가 전망 없는 시장이라고 했어요. '이제 개인 슈퍼마켓들은 사라질 거다'. '모두 편의점으로 대체될 거다', '소농인들도 마찬가지다'라며 부정적인 의견들만 쏟아냈죠. 하지만 제가 이 분들을 직접 만나서 들어본 이야기들은 달랐어요. 과거 두부 한모, 대파 한단 사러 동네 주민들이 매일 저녁 매장에 들르던 시절의 성공경험들을 모두 갖고 계시고, 여력만 된다면, 신선한 농산물들을 판매하고 싶어했죠. 이렇게 개인 슈퍼마켓들이 잃었던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저는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농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판로를 열어주고, ERP 시스템과 같은 기술적 지원을 통해 자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시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소상공인 유통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의 수준은 매우 고도화된 것보다는 현재에서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정도의 관심과 노력이면 충분했어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층이나 고령인들도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술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기술 스타트업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